더듬이를 가진 어떤 주인공의 시선으로 담아낸 화면이 이어진다. 정돈되지 않은 방안, 여자는 무기력한 채로 생을 마감할 준비로 분주하다. 마침내 더듬이의 주인공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그를 피하려다 보니 그녀의 분주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는 어떤 친숙한 미물에 대한 재평가를 던지는 우스운 작품인가 싶지만, 삶은 아주 단순한 환기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가벼운 패스로 꽤나 묵직한 깨달음을 던지는 재치 있는 작품이다.